대만 기업들 "남미·동남아로"…美·中 갈등에 생산기지 다변화

입력 2024-04-15 16:06   수정 2024-04-15 16:07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급망 패권을 되찾기 위한 각국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제조업체들의 생산 시설 이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중 갈등 확대로 미국 정보기술(IT)기업들은 중국 대신 아메리카 지역에 생산 시설을 마련하는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 현상이 확산하는 추세다. IT부품 공급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만 기업들은 미국 제조 파트너들의 요구에 맞춰 남미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거나, 중국의 혹시 모를 압박에 대비해 해외에 제2의 본사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급 혼란’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 떠나는 폭스콘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IT제품 수탁 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사는 작년부터 아시아, 남미에 신규 공장을 증설하며 중국 생산 라인을 옮기고 있다. 지난 4년간 멕시코에 약 6억9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올 2월에는 인공지능(AI) 서버용 부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2700만달러를 들여 할리스코주 토지를 매입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부품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에 공급된다.

폭스콘 외에도 최근 멕시코로 옮겨가는 기업이 부쩍 늘었다. 멕시코에는 약 300개 대만 기업이 진출했고, 7만 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멕시코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양국 간 무역 규모는 150억달러를 넘어섰다.

페가트론, 위스트론, 콴타, 컴팔, 인벤텍 등 대만 기업은 미국 텍사스주와 인접한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미국 IT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본토 근처에 두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IT 기기 생산 및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수많은 부품을 가까운 곳에서 생산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이다.
○멕시코, 생산기지로 급부상
WSJ는 미국의 니어쇼어링 전략을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15년 전 스마트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관련 부품의 핵심 제조 시설이 중국 중심으로 돌아가게 됐고, 미국은 ‘공급망’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것이다. WSJ는 “델, HPE 등 미국 주요 서버 제조업체들은 공급 업체에 동남아시아나 멕시코로 생산 시설을 옮겨 중국 의존도를 줄이도록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이 확대될수록 멕시코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2020년 자유무역협정(USMAC·미국 멕시코 캐나다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제임스 황 대만 대외무역발전협회 회장은 “멕시코는 USMCA의 가장 중요한 제조 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현재 50개국과 14개의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유럽,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를 멕시코로 끌어들였고, 멕시코는 세계 5위 자동차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상품 수입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한 비중은 13.9%로 2015년(21.5%)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멕시코는 2%포인트 상승해 1위(15.4%)에 올랐다.
○해외에 제2본사 설립
일부 대만 기업은 동남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해외에 제2의 본사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술 기업들이 공급망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 컨설팅그룹 KPMG 대만본부의 패밀리오피스 비즈니스 책임자 라우니에이 쿠오는 “우리 고객 중에 제2본사 설립을 검토 및 계획 중인 기업이 있다”며 “대만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해외에서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지휘 체계를 갖추기 위해 동남아시아에서 후보지를 찾고 있다”고 FT에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전자부품 제조업체 라이트온과 퀴스다 등도 제2본사 설립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

대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공격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지만,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많은 외국계 기업과 대만 기업들은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폭스콘과 페가트론 역시 중국 대신 동남아시아, 인도, 유럽, 아메리카 등지로 생산 거점을 확대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만의 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 대표는 “많은 기업이 여전히 생산 지역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비상 체계를 구축하는 등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2본사 설립에 대한 논의는 대만 대기업 그룹 최고위층에서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객들에게 본사 기능의 일부를 다른 지역에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비상사태 발생 시 대만에서 6개월 또는 1년 동안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문하도록 권했다”고 덧붙였다.

한 대만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동남아시아 내 2개 국가에서 생산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에 제2본사를 두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업의 임원들도 싱가포르, 일본, 스위스, 네덜란드 등을 제2본사 후보지로 고려 중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들은 “미국은 세금 문제가 있어 제2본사 설립에 적합한 나라는 아니다”고 전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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